Wednesday, April 9, 2014

아기 낮잠

아기 낮잠

벌써 4일째다. 엠마가 낮잠을 완전 거부하고 있다. 이제 7개월이 다 되가는 엠마는 지난 주말 직전까지만 해도 낮잠의 여왕이었다. 아침 6시경 일어나 7시 반 경 낮잠을 자서 9시 경 일어나고, 11시 반까지 놀다가 1시 반까지 잤다. 그리고 3시 반 경 산책을 하다 졸리면 유모차 안에서도 토막잠을 잤다. 그런데,

수면 교육을 하기 시작한 금요일부터 엠마 낮잠 재우기가 바늘 안에 실 넣기보다 더 어렵다. 아예 불가능이다. 아침에는 30분 정도 겨우 재운다고 해도 그 다음 낮잠은 거의 잠과의 사투다. 침대에 누워 좌우로 구르기를 수십 번 하다 엎드려서 앞뒤로 몸을 흔들며 기는 연습을 하고, 그러다 지쳐서 앞으로 꼬꾸라지면서도 다시 연습을 한다. 팔이나 다리를 잡고 좀 고정시켜 보려고 하면 안간힘을 써서 빠져나간다. 고 년 힘이 어찌나 센지, 이제는 팔 힘 좀 하는 나도 엠마의 의지를 막을 수 없다.

왜 굳이 낮잠을 재우려고 하느냐고? 지난 토요일 엠마는 낮잠과의 사투를 벌이며 눈을 연간 비비더니 눈 가에 상처가 났다. 속상해 죽겠다. 그 이후로 계속 낮잠을 거부하더니 눈을 하도 비벼 이제는 눈가에 살들이 다 일어났다. 그 뿐 만이 아니다. 낮잠을 못 자 피곤하니 짜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내가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울고, 안아달라고 울고, 깨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기저귀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갈아야 한다.

수면 교육 때문에 내가 낮잠을 포기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차라리 그냥 수면 교육도 포기하고 엠마를 늦게까지 깨워놓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앤드류는 이제 엠마가 커서 낮잠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한다.

7개월 아기, 엠마. 도대체 어떻게 낮잠을 재워야 하는 것일까?

우선 앤드류의 바보 같은 추측을 잠재우기 위해 낮잠이 왜 중요한지부터 알아보자.

잘 먹고 잘 자는 아기가 건강하다는 말이 있듯 아기의 잠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5세 이전의 아이는 빠른 성장 속도에 비해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자주 피곤함을 느끼고, 그래서 스트레스게 되는데, 그럼 무엇을 하던 간에 무조건 울음을 먼저 터뜨리는 등 신경이 예민해진다. 실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져 화를 잘 내고 참을성이 낮은 아이들을 보면 수면 스케줄이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는 낮잠을 통해 활동 에너지를 얻는다. 낮잠은 아이의 신체를 휴식하게 해주고 피로를 풀어줄 뿐 아니라 다음 활동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시켜준다. 아이는 성인에 비해 피로를 푸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밤잠 만으로는 잠이 부족하고 낮잠이 반드시 필요한데, 만일 둘 중 하나라도 지속적으로 부족하면 피로가 누적되고 생체 리듬이 깨지게 된다.

낮잠은 뇌의 발달도 돕는다. 잠자는 동안 아이의 뇌는 깨어 있는 동안 보고 배운 정보를 정리, 삭제하고 기억 저장소로 전송하는 등의 기억 저장 과정을 거친다. 생후 5개월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낮잠을 충분히 자는 아기가 그렇지 않은 아기보다 주변에 대한 학습 속도가 더 빨랐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낮에 깨어 있는 시간이 많으면 주변을 많이 탐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낮잠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두뇌가 새로운 정보를 정리하지 못해 오히려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낮잠을 잘 못 잔 아이는 집중력과 학습 수행 능력이 떨어져 ADHD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질 좋은 낮잠은 면역력을 발달시켜 아기를 각종 질병으로부터 보호한다. 면역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원균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수비력으로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라는 두 개의 자율 신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교감 신경(sympathetic nerve)은 해 뜨는 시간에 우위가 되어 동물체를 활동 상태로 만들고, 밤이 되면 동물체를 이완상태로 만드는 부교감 신경(parasympathetic nerve)이 우위가 되어 잠에 들게 된다. 낮에는 충실했던 면역 시스템도 밤이 되면 휴식을 취해야 한다. 만약 낮잠을 잘 자지 못하면 교감 신경이 지나치게 우세해지고 두 자율 신경이 조화를 잘 이루지 못해 결국 면역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낮잠은 이처럼 중요하다. 한 조사에 의하면 아기가 초기에 개발한 잠의 형태는 습관화 되어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한다. 다른 습관들처럼 아기의 잠버릇 역시 어릴 때부터 바로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럼 잠버릇은 언제 들여야 할까?

일반적으로 아기는 생후 1개월을 전후해 수면에 밤낮이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3~4개월 정도가 되면 평균 14~16시간 정도로 밤잠을 자는 것이 고정되어 낮잠을 한 두 번 정도 자게 된다. 이 시기에는 벌써 밤중 수유 없이도 잘 수 없는 아기들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수면 리듬이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아기의 밤낮이 바뀌었다 해도 1~2주 정도면 되돌릴 수 있는데, 생후 6개월 이후가 되면 아기의 수면 리듬이 안정되기 시작해 수면에 일정 패턴이 생기게 된다.
이 말인 즉, 6개월 이전에는 어차피 수면 리듬이 만들어지지 않아 엄마의 인위적인 수면 훈련의 효과가 크게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3~4개월까지는 아기의 수면 리듬에 엄마가 맞춰주는 것이 좋고 수면 리듬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천천히 리듬 조절에 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아기마다 낮잠 패턴이 생기는 시기와 형태는 다르므로 우리 아기에게 특별한 잠의 패턴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일 위의 정보가 맞다면 엠마는 낮잠 훈련을 지금부터 해도 늦지 않을 뿐 아니라, 지금이 적정 시기라는 말이 된다. 그럼 곧 7개월이 되는 엠마는 얼마나 낮잠을 자야 할까?

생후 개월 별 낮잠 권장시간

1개월: 7~8시간, 3~4 (총 수면 15시간 30)
3개월: 5시간, 3(총 수면 15시간)
6~9개월: 3시간, 2(총 수면 14시간 15)
12개월: 2시간 반, 2(총 수면 13시간 45)
18개월: 2시간 15, 1(총 수면 13시간 30)
24개월: 2시간, 1(총 수면 13시간)
36개월: 1시간 30, 1(총 수면 12시간)

월령
첫 번째 낮잠을 자기 전에 깨어 있어야 하는 시간
4개월
1시간 30~2시간
6개월
2시간~2시간 30
9개월
2시간 30~3시간
15개월
3~4시간
24개월
4시간

낮잠 자는 횟수와 시간은 월령이 높아지면서 점차 줄어들지만 낮잠 자는 패턴은 개인차가 크므로 꼭 스케줄대로 맞출 필요는 없다.

하루 2번 자는 경우라면 오전 9~11, 오후 2~4시에 재우는 것이 좋고, 하루에 한 번 잔다면 오후 1~3시 사이에 재우는 것이 좋다. 밤잠과 낮잠 사이에는 최소 4시간의 간격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엠마의 경우 낮잠은 9~11시 경 한 시간 반, 2~4시 경 한 시간 반을 자고 저녁 8시에 자 아침 7시에 깨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말이다.


엠마의 밤잠이 늘어 낮잠이 줄어든 것은 아닌가 하는 나의 추측도 잘못된 것이었다.

낮잠과 밤잠은 수면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밤잠이 부족한 것을 낮잠으로 보충하기 어렵고, 낮잠을 줄인다고 밤잠이 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5세 이후에는 오후 낮잠을 줄이면 일찍 잘 수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그 전에는 낮잠을 줄이는 것이 밤잠을 늘리는 방법이 되지 못하며 낮잠을 줄이면 오히려 낮잠의 장점만 없애는 꼴이 된다고 한다.

낮잠의 중요성을 알고, 얼마나 자야 하는지를 알았으니 이제 아기 낮잠을 잘 재우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지 알아보자.

  •       낮잠은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 누워 조용한 환경 속에서 잘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돌 이후에는 밤잠을 자는 곳과 낮잠을 자는 곳이 같은 것이 좋다.
  •        안아서 재우지 않는다. 안아서 재우는 것은 지속적으로 행하기 어렵고 아기의 숙면 습관 형성에도 어렵다. 아기가 잠들었다고 생각해 내려놓는 순간 깨는 경우도 많아 비효율적이다.
  •       생후 3개월 이후에는 수면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한 번에 3시간 이상 낮잠을 재우지 않는다.
  •       오후 낮잠은 오후 3~4시 이후까지 자게 하는 것은 밤잠에 영향을 주므로 자제한다.
  •       밤에 충분히 자는 아이가 낮잠도 원만하게 잘 잔다.
  •        낮잠을 자기 전에 충분히 수유하여 배고파 깨는 일이 없도록 한다.
  •       외출 등으로 낮잠을 건너 뛰게 된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아기는 대부분 본능적으로 본래 낮잠 스케줄에 맞춰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한다.
  •       엄마와 아기가 함께 낮잠을 잔다면 더 긴 시간 동안 잘 수 있을 뿐 아니라 엄마의 피로도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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