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기 사용
엠마가 배밀이를 시작하면서 활동 반경이 한층 넓어졌다. 혼자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바닥을 핥기도 하고 바닥에 있는 것을 주워 입에 집어 넣기도 해서 이제는 바닥 청소를 매일 같이 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 아빠는 보행기를 사용하면 아기가 더 빨리 걷게 된다고 하시며 보행기 사용을 권장하셨다. 우리 언니, 나 모두 사용했고, 나랑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친구들을 보면 거의 다 보행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엠마가 허리와 목만 꼿꼿이 세우게 되는 생후 6~8개월이 되면 곧장 보행기를 사용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엔 보행기 사용에 대해 말이 많다. 우리 부모님이 아이들을 키울 때는 보행기의 문제점에 대한 지식이 아마 전무했겠지만 우리 세대에는 아기 육아에 관한 다른 여러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보행기 사용에 대해서도 장단점에 관해 말이 많고, 특히 의사들이 하는 말 때문에 엄마들이 은근히 예민해진다.
엄마들 모임에서 간단히 이야기된 것만 해도 이렇다. 보행기를 사용하면 아기가 위험에 처할 상황이 더 많아지고,
특히 계단이나 턱이 있는 집은 더욱 위험하단다. 또 보행기에 아기를 놓고 아기를 방치하는 부모가 생기게 되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아기의 엉덩이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해 이상하게 걷게 된다는 것이다. 그게 정말 사실일까?
내 엉덩이는 내 생각 이상으로 비정상인 것일까?
보행기 사용에 관한 글을 찾아보던 중 다음의 기사가 내 눈길을 끌었다.
“아기들 ‘보행기 사용’ 뇌 발달 지연시킨다.”
본래 보행기는 아기의 걸음마를 촉진시키기 위해 사용되어왔는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행기가 오히려 아기의 운동 발달과 뇌발달을 지연시킨다고 한다. 아기들의 ‘기기’는 근육(넓적 다리)을 사용하게 하고 혈관을 자극해 뇌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걷는 시기를 앞당기게 하는데 보행기를 사용하는 아기들은 상대적으로 덜 기게 되기 때문이란다.
보행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하루 늘어날 때마다 아기 혼자 걷는데 걸리는 시간이 4일 정도 지연된다고 하니 엄청난 차이다. 뿐만 아니라 연세의대 소아과학교실 김동수 교수는 보행기 사용이 ‘골반 근육과도 관련해 대소변 가리는 것도 지연시킨다’고 충고했다.
보행기를 타면 아기들의 시야가 좁아져 인지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흠, 그럼 보행기를 태우면 안 되는 건가?
“초보 엄마를 위한 육아 상식 및 성장”
웹사이트(www.atopico.co.kr)에 올라온 글을 다소 다른 말을 한다. 이 글은
2005년에 올라온 글이니 거의 10년 전 이야기라는 점을 참고하자.
여기서는 ‘아기 걸음마에 대한 엄마들의 네 가지 오해’를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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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걷는 아기가 두뇌 발달도 빠르다.
신체 발달 속도는 뇌 발달과 무관하고 오히려 너무 빨리 걷는 아이는 다리가 하중을 견디지 못해 다리가 O자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신체 발달 속도는 뇌 발달과 무관하고 오히려 너무 빨리 걷는 아이는 다리가 하중을 견디지 못해 다리가 O자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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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업어주면 다리 모양이 O 자가 된다.
사실이 아닐뿐더러 한국 사람에게 선천성 고관절 탈구가 다른 나라 사람보다 적게 나타나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아기를 업어 키우는 문화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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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기를 일찍 사용해야 다리 교정에 좋다.
80년대 이전까지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90년대 들어 임상실험을 거친 결과 거의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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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기를 태우면 다리 발육에 문제가 생긴다.
아기는 기면서 다리와 발의 근육이 발달하므로 기어다닐 기회를 많이 주고 보행기에 너무 오래 앉히는 것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발바닥이 완전히 땅에 닿도록 개월 수에 맞춰 높이만 조절하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보행기 사용에 있어 발육이나 다리 모양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안전 사고.
미국에서는 1999년 한 해 동안 약 8800명의 아기가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아기가 보행기를 타고 다니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부딪히거나 보행기와 함께 넘어지면 크게 다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결론적으로는 보행기 사용을 크게 권장하지는 않는 것 같다.
소아과학회(www.pediatrics.or.kr) 웹사이트는 보행기 사용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보행기는 아기에게 즐거움을 주고 부모에게 편의를 제공해 자주 사용된다. 보행기를 사용하면 ‘아기가 빨리 걸을 것이다’라고 기대를 하게 되는데 보행기에 의지해 걷는 것은 스스로 걷기 위해 필요한 근육을 운동시키지 않아 ‘기기 발달이나 걷기 발달에 지장을 주고, 조금 이상한 형태를 취하거나 늦게 운동 발달이 일어날 수 있으며, 어떤 경우는 기기 발달이 바로 없이 바로 걷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더 무서운 것은 “뇌성 마비 아기가 보행기를 쓰면 이상한 운동 발달을 보이거나 평형 유지, 신체 보호 반사 기능 등에 이상이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단다.
그럼, 아기는 늘 눕혀 놔야 하는 것일까? 그럼 엄마는 화장실을 어떻게 가란 말이지...? -_-;;
대우 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정림 과장은 (2년 전 글) 보행기 대신 다음의 방법을 사용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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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 보행기: 우리 엠마가 가진 jumperoo 같은 것을 말하나 보다. 바퀴 없이 회전과 기울이기,
통통 튀기 등이 가능한 의자와 아이 발달을 돕는 장난감이 부착된 제품이 시중에 다양하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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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울타리: 이사가면 엠마가 곧장 갖게 될 것들 중 하나다. 울타리를 세워 아기로 하여금 안전하게 이곳저곳을 탐험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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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높은 의자:
high chair를 말하는 것이다. 엠마도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하이 체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데, 아직은 30분 이상 앉아있기를 힘들어 한다.
오, 김정림 과장은 ‘미국 소아과 학회와 관련 기관들은 바퀴 달린 보행기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 제정을 요청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흠, 아직은 그 법안이 안 제정되었나 보다. 아직도 baby walker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니.
그럼 아기의 걸음마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안타깝게도 아기의 걸음마를 억지로 촉진시키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아기가 빨리 걸을 수 있도록 근육 발달을 돕고, 기는 것을 장려하는 방법은 있다. 아기가 길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기가 마구 기어다닐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 그 이후에는 아이의 손이 조금 미치지 않는 곳에 장난감을 두어 기어가게 한다던가,
엄마 아빠가 아기를 불러 기게 한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아기로 하여금 길 만한 동기를 제공해보자.
결국 엠마는 보행기(baby walker)를 안 갖기로 결정했다. 나는 좀 불편하겠지만 우리 엠마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 난 참을 수 있다. 엠마야, 대신 후딱 후딱 걸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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