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11, 2014

육아우울증, 육아 스트레스

너무 속상하다.
엠마를 밀어냈다.
엠마를 낮잠 재우려고 침대에 눕혔는데 엠마는 자꾸만 뒤집고 잠을 안 자려고 했다. 엠마는 낮잠을 안 자면 오후에 짜증이 는다. 그래서 일부러 잠을 재우려고 옆에서 자는 척도 하고, white noise도 켜놓고, 방도 깜깜하게 해놓았는데, 영 잘 눈치가 아니었다.
45분이 지났다. 점점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안 그래도 엠마 수유로 두 번을 깨고, 이사가 가까워질수록 스트레스 때문인지 꿈자리가 사나워 어제도 밤잠을 설쳤는데, 엠마가 자꾸만 내 쪽으로 굴러와 내 머리카락을 갖고 놀고, 옷자락을 물어뜯는데, 거기에 방 온도는 왜 그리 높은지, 점점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엠마야, 좀 절로 가.”하고 엠마를 밀어냈다. 엠마는 전혀 상관 않고 다시 내쪽으로 기어왔고, 나는 다시 엠마를 밀어냈다. 너무나 속상했다. 피곤하고, 더운 기분은 이제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엠마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엄마가 좋다고 기어오는 내 아가를 내가 밀어내다니. 나보다 형편 없는 엄마가 또 있을까...
도저히 엠마는 잘 눈치가 아니었다. 그래서 엠마를 안고 나와 바닥에 앉아 놀아주었다. 엄마가 자기를 방금 밀어낸 걸 알기나 하는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엠마를 보니 더욱 더 미안해졌다.
육아 스트레스라는 것,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인 것 같다. 아이를 둔 엄마라면 다 같이 겪는 것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그 스트레스에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한 미안함이 포함될 것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밖이 쨍쨍한 날 같으면 산책이라도 나가서 엠마를 재우고 기분도 풀겠는데,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은 기분이 더더욱 쳐진다.

육아 스트레스,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0-3세 자녀를 둔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52%의 여성이 육아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출산 전 예비 엄마 (임산부) 51% '어머니가 된다는 불안'으로 대답하고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육아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여성이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다음은 남양유업 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육아 스트레스 자가 진단 테스트다.

과연 나의 육아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
"'또는 "아니오"로 대답하고 ""에 체크표시를 한다. 점수는 ""-1,"아니오"-0점으로 계산해서 평가한다

• 아이가 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거의 할 수가 없다고 느낀다.
•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 때문에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아이가 생긴 이후 나는 새롭고 특별한 일들을 할 수가 없었다.
• 나는 가끔 아이의 요구들로 내 삶이 조정 당한다고 느낀다.
• 내가 아이로 인해 화가 날 때 죄책감을 느끼고 그 점이 나를 괴롭힌다.
• 우리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지나치게 소란스러울 때 마치 내 책임인 것처럼 생각된다.
• 나는 종종 우리 아이에 대한 감정에 죄의식을 느낄 때가 있다.
• 내가 어떤 부모인가를 생각해볼 때 종종 죄의식을 느끼거나 내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 나는 부모로서의 책임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 나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것보다 아이에게 더 친밀하고 따뜻하게 해주려고 했었기 때문에 이 점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 나는 매시간 우리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고 그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 종종 동년배의 사람들이 나와의 교제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 나는 혼자이고 친구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 모임에 갔을 때 나는 대개 즐거울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 내가 아이를 돌보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하거나 충고를 해줄 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 나는 예전만큼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없다.
• 나는 예전만큼 일을 즐기지 않는다.
• 아이를 낳은 이후로 나는 많이 아팠었다.
• 나는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편이다.
• 지난 6개월 동안 평소보다 더 아팠거나 더 많은 통증과 고통이 있었다.
• 아이가 생긴 이후 남편은 나와 함께 많은 일을 하지 않는다.
• 아이가 생긴 이후 나와 남편은 가족으로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 아이가 생긴 이후 남편은 생각보다 도와주거나 지지해 주지 않는다.
• 아이가 있는 것은 생각보다 남편과의 관계가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로 대답하는 문항이 많을수록 육아 스트레스 정도가 심한 것이다.

[1~8] 육아 스트레스가 거의 없거나 또는 가벼운 정도의 육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므로 신경쓰지 않아도 좋은 정도이다.
[9~16] 중간 정도 이상의 육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므로 일상생활 속에서 개선과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17~24] 심각한 정도의 육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므로 병원이나 상담소에 들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다행이다. 나는 육아 스트레스가 거의 없거나 가벼운 정도이므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케이스라고 한다.

하지만 위의 많은 문항들이 산후우울증 자가 진단 테스트와 유사하다. 특히 사람을 만나기 싫어한다거나 자신이 흥미롭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일 수도 있지만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증상에 더욱 가깝다.

찾아보니 육아로 인한 우울증, 즉 육아 우울증이라는 것도 있단다. 육아 우울증은 육아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으로 육아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며 특히 육아로 인해 사회에서 도태되고 고립되는 느낌을 떨치지 못하는 경우에 더 쉽게 나타난다고 한다. 산후우울증이 산후에 약해진 신체와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막연한 우울감인데 반해 육아우울증은 육아와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상황들이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다가와서 나타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육아우울증의 증후는 어떠할까?

다음은 라이프 디자이너 이지혜 강사의 블로그 “Take my hand”에서 찾은 육아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

항상 그렇다(3), 자주 그렇게 느낀다(2),   보통이다(1),  아니다(0) 으로 체크한다.

1. 자꾸 이유 없이 슬프다 1
2. 아이가 싫어진다
3.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고 재미가 없다
4. 일상이 무리하게 느껴지고 외롭다 2
5. 이유없이 화가 난다 2
6. 신경이 예민하다 2
7. 잠이 많아지거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2
8. 이유없이 운다 1
9. 모든 일에 자신이 없다
10. 식욕이 없거나 식욕이 왕성해졌다. 3
11. 왜 사는지 모르겠다
12. 체중이 감소하거나 증가했다 3
13.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1
14. 미래에 대해서 비관적이다
15. 죄책감에 시달린다 1
16. 이유없이 피곤하다 3
17. 성욕을 잃었다 3
18. 말이 없어졌다
19.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2
20. 스스로가 추하게 느껴진다 1

~10 : 일반적인 상태, 정상
11~20: 일반적인 상태에서 약간의 우울증세를 나타내는 상태
21~30: 우울증을 겪는 상태로 극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함
31점 이상 : 극심한 우울 상태로 전문가의 개입 필요

27점이다. 현재 나의 일시적인 감정 상황과 테스트의 출처를 고려한다면 100% 의지할만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내가 육아우울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육아우울증은 단순히 우울증 당사자인 엄마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엄마의 심한 육아우울증은 엄마와 아이 간의 상호작용을 어렵게 만들어 애착 형성을 방해하고, 자녀의 신체적, 심리적, 인지 발달과 정서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또한 정신적 육아 스트레스가 심해 엄마가 아이에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전가하거나 분노, 짜증을 자주 노출하게 되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늘 긴장 상태가 되어 자존감이 낮고 감정 표현에 서투른 아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육아우울증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육아우울증, 육아 스트레스가 대다수 엄마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점과 대부분 엄마들이 전문가를 만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질환은 엄마 스스로의 노력과 다른 가족 구성원 특히, 아빠의 도움 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그맘이라는 블로그(hugmom.tistory.com/418)에 올라온 심리전문가가 말하는 육아 스트레스라는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육아 스트레스를 극복하려면 우선 양육자만의 독립적인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육아에서 벗어나 짧은 순간이라도 숙면이나 휴식을 취하고 본인만의 시간을 보낸다면 훨씬 도움이 된다.”

육아우울증과 육아 스트레스 자가 진단 테스트 모두에 관련 문항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일리 있는 이야기이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특히 모유 수유를 해야 하는 엄마의 경우, 혹은 아이가 하나 이상인 경우 더욱 더 어려운 이야기. 하지만 증상이 심각한 엄마라면 우울증의 단기적 영향뿐 아니라 장기적인 영향까지 생각해 배우자나 친정, 시댁에 도움을 청해 일주일에 두 세시간만이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엄마 모임에서 들은 충고를 하나 전하자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기억하자. 엄마들 중에서는 아기에게 소리를 지르는 엄마도 있고, 아기 혼자 크립 안에 놓고 울며 샤워를 한 엄마도 있다. 다들 겪는 일이니 나 자신을 나쁜 엄마라 자책하지 말자. 나는 그냥 초보 엄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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