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y 14, 2014

분리불안

12일의 짧은 한국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난 3주는 엠마에게 정말 말 그대로 미친 3주(crazy weeks)였다. 이사를 해 새로운 집에 적응도 하기 전인 3일 뒤, 13시간 반의 비행을 해 한국에 도착을 했고, 13시간의 시차와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언어, 새로운 환경을 맞이했다. 이제 조금 적응을 할만 하니 또 13시간 반의 비행을 해야했고, 드디어 제 자리에 돌아온 엠마에게서는 이 모든 변화를 온 몸으로 맞이한 흔적이 역력하다.

먼저 잠 스케줄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 동안 공들인 수면 교육은 굿바이. 시차 때문에 밤잠 뿐 아니라 낮잠까지 잠 자는 시간이 헷갈리게 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고, 보다 아기의 정서에 좋고 아기를 잠들게 하는데 효과적이라는 포대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엠마는 완전히, officially, '흔들지 않으면 자지 않는 아기'가 되어버렸다. 

또 나의 엄마, 즉 엠마의 외할머니의 적극적인 babysitting으로 엠마는 보다 재미있는 '아기 돌보기'에 맛을 들여버렸다. 사실 이제까지 나는 '아기 돌보기'를 하루하루 아기를 먹이고, 재우고, 어느 정도 놀아주는 'surviving'의 개념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엠마 뿐 아니라 엠마보다 한 달 늦게 태어난 우리 언니의 쌍둥이들까지 돌보면서도 보다 '퀄리티 높은' 육아에 취중을 하고 계셨다. 엠마에게 새로운 것을 자꾸 만지고, 보고, 듣게 하고, 엠마의 행동 및 반응에 초집중하며, 엠마가 좋아하는 것, 엠마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내고 계셨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이건 내 잘못 만은 아니다. 나는 주위에서 내 육아 방식에 대해 조언을 해주거나 팁을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다 더 나은 육아에 대해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데이케어 센터를 운영했고, 현재 초등학교 선생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육아 방식에 대해 무한 자부심을 갖고 계신 우리 시어머니도 엠마를 두 시간 이상은 돌보지 못하셨다. 시어머니의 babysitting에는 엠마 유모차에 데리고 산책하기, 노래 불러주기 등 좋은 점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1. 엠마 앞에서 인형 갖고 노래 불러주기 (죄송스럽지만 시어머니의 노래와 율동에 엠마는 거의 관심이 없다. 등돌리고 앉아있는 엠마에게 우스꽝스러운 율동과 노래를 하며 웃는 시어머니를 보며 안쓰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닌지라...-_-;) 2. 엠마 안고 텔레비젼 보기 (대부분 전문가들은 신생아에게 텔레비젼을 보이는 것을 자제하라고 권한다) 3. 자기가 사온 장난감 계속 권하기 등의 한계가 있었다. 낮잠 재우는 것은 성공한 일이 거의 없고, 오히려 나에게 "네가 자꾸 흔들어 재워서 아이를 재우기가 힘들다"며 불평을 하신 적도 있었다. 또, 칭얼대는 아기를 보며 기저귀 확인도 안하고 "엄마가 아니라서 안되는구나?!" 하며 질투를 표현했던 적도 있었다. 

안쓰러운 핑계일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시어머니의 육아 방식이 100점 육아 방식이고, 엠마가 잘 보채는 아기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엠마 보기가 가장 쉽다고 말하고 있었다. 실제 나와 앤드류가 3~4시간을 비우며 밖에 나가있어도 엠마는 우리 엄마와 잘만 놀고 있었다. 엄마가 포대기로 잠을 재우면 대개 20분을 넘기지 않고 잠에 들었고 엄마가 주는 이유식도 꽤 잘 받아먹었다. 엄마가 "엠~마! 엠~마!"하고 부르면 엉덩이를 들썩이며 춤을 추는 새로운 기술까지 익혔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 엠마는 모든 것이 다소 혼돈스러운 듯 하다. 엠마가 그렇게 좋아하던 쌍둥이들도 여기 없고, 엠마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그렇게 예뻐하던 외할머니도 여기 없다. 그냥 외할머니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엄마와 피곤한 아빠, 그리고 쌍둥이를 대신해 놀아주겠다는 친할머니 밖에 없다. 밖에는 해가 따사로운데 엠마는 잠이 오고, 달님이 하늘 높이 떠 있는데 온 몸에 기운이 넘친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자꾸 안 졸릴 때 자라고 하고, 졸릴 때 깨어있으라고 한다. 에구 이런 엠마야, 얼마나 힘이 들겠니?

그래서일까? 엠마의 분리불안이 말도 못하게 심해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우리 엄마도 재울 수 있고, 우리 엄마도 안고 있을 수 있던 엠마가 이제 내가 아니면 안되는 아기가 되어버렸다. 이사를 가기 전까지는 앤드류가 엠마의 밤잠을 담당했는데 이제는 한 시간이면 한 시간, 주구장창 울면서 나를 찾는다. 엠마가 보고 싶어 우릴 위해 공항까지 달려왔고, 저녁까지 사준 시어머니의 품에는 안겨 있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시어머니가 노래를 불러도 등을 지고 한 손에는 자기 인형을 쥐고, 한 손은 내 팔을 놓지 않는다.

엠마의 분리불안은 나에게 한편으로는 엄마로서의 뿌듯함을,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피곤함을 가져왔다. 이제 내가 아니면 누구도 달랠 수 없는 엠마는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설사와 불규칙한 식사와 잠으로 인해 최고 칭얼대는 상태. 어른도 극복하기 힘든 시차임을 알기에 엠마에게 짜증도 못내고 이틀 내내 잠을 엉망으로 잤다. 어젯밤에는 엠마 방에서 함께 자다가 새벽 2시에 활짝 깨어버린 엠마를 들쳐매고 거실로 나와 한참을 놀다가 아침 여섯시에야 다시 잠을 재웠다. 앤드류가 마음으로는 많이 응원을 하고 도와준다고 하지만 역시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이 짐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엠마의 분리 불안.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하 이게 웬일!
5 10일을 기점으로 생후 8개월이 된 엠마. 생후 8개월 전후로 아기들에게는 선호가 생기고, 엄마와의 분리불안이 시작된단다. It’s like a clockwork!
6개월이 지나면서 아기는 엄마와 자신이 별개의 존재라는 독립성을 인식하게 되고, 거기서 불안함을 느껴 엄마와 떨어지는 순간마다 대성통곡을 하게 된다. 엄마가 항상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아직까지 모르기 때문. 게다가 돌 이전 아기들은 자기의 존재감에 대해 매우 무지하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임을 인지하지 한다. 그래서 아기의 코에 빨간 립스틱을 칠한 뒤 거울 앞에 내려놓으면 자기 코가 아닌 거울에 비친 코를 만지는 등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마치 다른 아기들을 대하듯 한다고 한다.
분리 불안이 시작되면 엄마들은 매우 힘들게 된다. 단 한 순간도 혼자 있을 수 없게 되기 때문. 실제 엠마는 화장실까지 따라왔고, 잠을 잘 때도 내 팔을 놓지 않고 잤다. , 근데 분리 불안이 강한 것은 엄마와 아이가 그만큼 친밀하다는 이야기이므로 성공적인 양육을 했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하하! Nice! 분리 불안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엄마와 아이가 충분히 친하지 않다는 의미이고, 자칫하면 분리불안 장애(엄마가 옆에 없을 때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엄마가 자리를 비운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슬퍼하거나 안정되지 않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하니 분리불안 증세는 지극히 정상인 것!
[엄마와 아이의 강한 애착 형성은 유아기 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아기가 울면 바로 반응하고, 배가 고프면 먹이고, 기저귀가 더러우면 갈아주고, 아기가 놀라면 달래주는 행동들 모두가 아이와 엄마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분리 불안은 환경이 바뀌었을 때 더욱 심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 이사로 인해 엄마들 모임, 아기들 모임이 모두 없어지고, 집이 한층 넓어졌으며, 엄마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지극히 많아진 것, 또 한국 여행으로 장기간 비행을 두 번이나 하고, 엄청난 시차 적응을 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지낸데다, 모유의 맛이나 성분이 많이 바뀌고, 설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 정도면 환경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까? -_-;; , 엠마의 분리불안은 너무나도 너무나도 정상이구나!
분리불안은 대개 8~9개월에서 15개월에서 피크를 맞고, 3세를 전후해 사라지지만 정서적인 기질과 습성(성격이 예민하고 어렸을 때 낯가림이 심할 경우 더욱 더)에 따라 불안감이 오래 지속되는 아이가 있기도 하다. 이런 아이들은 대개 유치원이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래 관계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부모가 힘들다던가 아이의 독립성을 키워주겠다며 아이와 너무 자주 떨어져 있거나 너무 일찍 떨어져 있는 것도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친 과보호나 밀착으로 부모와의 분리를 거의 경험하지 못하고 또래와의 놀이 경험이나 새로운 것을 접할 기회가 부족해도 분리불안을 갖게 될 수 있다. 어렸을 때 부모와 떨어져 큰 두려움을 느꼈던 경험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재워놓고 잠깐 나간 동안 아이 혼자 깨어 심하게 우는 일이 잦은 경우가 그 예다. 아이의 행동을 바로 잡으려고 너 자꾸 이러면 엄마 혼자 가버릴 거야.” “말 안들으면 다른 집으로 보낸다.” “이러면 경찰 아저씨가 데려간다는 등 위협적인 말을 하는 것도 아이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보낼 때 아이보다 더 불안해하는 부모가 간혹 있는데 그러면 부모의 마음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아이의 불안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분리불안을 겪는 아이들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 없어 부모와의 분리를 곧 버림 받은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또 또래와의 관계가 매우 제한되어 친숙한 소수와 자기 집이나 놀이터에서만 놀기도 하고 정도가 심하면 복통, 두통, 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엄마와 자신이 분리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병적인 공포를 갖고 있고, 한번 헤어지면 다신 만나지 못할 것이라 두려워하기도 한다. (분리불안 장애)
분리 불안은 부모와 아이의 신뢰 속에서 극복해야 한다. “우리 아이만 왜 이럴까?”하고 화를 내거나 저절로 나아지겠지하고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는 부모도 있는데, 이런 방법은 오히려 아이의 불안감과 부모에 대한 미움만 가중시키게 된다. 따라서 아이가 심한 분리불안을 나타낸다면 천천히 조금씩 아이와의 분리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 잠시 떨어질 때에는 엄마가 어디에 가는데 몇 시에는 다시 온다고 말해주고 그 시간에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아기를 누구에게 맡기면서 몰래 아기가 보지 않을 때 나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면 아기는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까봐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작별인사는 아이에게 엄마가 곧 돌아온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행위이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꼭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아이가 볼 때 문 밖으로 나서는 것이 좋다.
의도적인 분리는 옳지 않다. 아이의 불안감은 환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억지로 아이를 떼어놓거나 혼자 내버려두고 놀게 하며 숨어서 지켜보는 것은 좋지 않다. 집안일이나 외출을 할 때도 가능하면 아이를 함께 데리고 다니며 스스로 놀게 격려하는 것이 좋다.
돌 이전에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내는 것이 좋다. 아이가 너무 의존적으로 될까봐 아이가 울 때 일부러 관심을 덜 보이는 부모들이 있는데, 분리불안이 심한 시기에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돌 전후에는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아이를 억지로 맡기기보다 익숙한 사람이나 장소에 분리시키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안전한 놀이 환경을 만들어주자. 아이는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자기 한계를 시험하면서 독립성을 키워나간다. 아이를 쫓아다니며 안돼라는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위험이 될만한 것은 미리 치워 아이가 짜증나는 경우를 줄이고, 아이가 뭔가를 하려고 시도할 때 격려해주는 것이 좋다.


결국 엠마의 분리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고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 좀 힘들기는 하지만 우리 아가가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고, 엄마를 사랑한다는 뜻이라니 한층 위안이 된다. 아직 babyproofing이 끝나지 않은 우리 새 집, 빨리 안전한 놀이 공간으로 만들어 엠마가 보다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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